[글로벌 시각] 보물선 소유권 분쟁, 남의 얘기 아니다

입력 2015-12-31 17:31  

"산호세호 둘러싼 3국 소유권 분쟁
한반도 해역 유사사례 가능성 높아
관련 국내법 정비, 전문가 육성을"

박희권 < 주 스페인 대사 >



인류가 항해를 시작한 이래 많은 배가 침몰했다. 각종 해난사고와 해전 등으로 인해 해저에는 수백만 척의 배가 수장돼 있다고 한다. 침몰선은 선박 자체도 소중한 유물이지만 선박 내에는 오랜 세월 켜켜이 쌓인 인류 문화유산과 각종 금은보화가 실려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오늘날 수중고고학자와 해양과학자들이 보물선의 탐사·인양에 노력하고 있고 인양 전문업체도 생겨났다. 특히 잠수정, 수중음파탐지기 같은 해저 탐사장비가 개발되고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보물선의 탐사, 인양이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인양된 보물선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연안국, 기국(旗國), 인양업자 등 이해당사자 간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난파선과 그 내용물에 대한 관할권을 규정하는 국제법이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최근 콜롬비아 북부도시 카르타헤나 인근해역에서 발견된 스페인 선박 산호세다. 1708년 영국전함의 공격을 받아 침몰한 산호세호에는 30억~170억달러(약 3조5000억~20조원) 상당의 금은보화?실려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는 역사상 최대의 보물선 발굴로 기록될 것이다. 막대한 보물 때문에 산호세호는 스페인, 콜롬비아와 미국의 법적 분쟁 대상이었다. 보물선의 원소유주 스페인, 스페인의 승계국이자 보물선이 발견된 콜롬비아와 보물선을 발견한 미국은 각각 산호세호의 소유권을 주장해왔다.

지난 12일 개최된 스페인·콜롬비아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양국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스페인은 산호세호가 군함으로서, 군함은 침몰 시기 및 장소와 무관하게 기국의 소유가 인정되므로 스페인 소유라고 주장했다. 콜롬비아 측은 자국 영해에서 침몰한 산호세호를 콜롬비아가 발견한 것이므로 콜롬비아의 소유이며, 그 내용물 또한 스페인이 신대륙에서 약탈한 것이므로 스페인이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맞섰다. 양국 정부는 협상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이나,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전문가들은 카리브해저에 유럽 열강의 보물선이 1000척 이상 침몰해 있어 이번 산호세호의 해결방향이 앞으로 유사사례의 준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보물선의 관할권을 규율하는 국제문서로는 1982년 채택된 UN해양법협약과 2001년 유네스코 총회에서 채택된 수중문화유산보호협약을 들 수 있다. 두 협약에 따르면, 인양 장소에 따라 관할권 행사의 주체가 달라진다. 내수, 군도수역 및 12해리(약 22.2㎞) 이내의 영해 내에 있는 해저문화유산에 대해서는 연안국의 배타적 권리가 인정된다. 기선으로부터 최대 24해리까지의 접속수역 내에서는 연안국들이 배타적이지는 않지만 우선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접속수역 이원의 수역, 즉 배타적 경제수역(EEZ), 대륙붕과 심해嚮【??관련 이익 당사국 간 협의가 필요하다.

침몰선이 군함이냐 상선이냐에 따라서도 소유권의 주체가 달라진다. 군함 등 침몰한 국가 선박과 항공기에 대한 국제법 원칙이 명확히 확립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미국을 비롯한 해양 강국은 침몰군함과 화물도 주권면제를 향유하므로 기국에 항구적인 소유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이에 입각해 국내법을 제정했고, 법원 판결을 내린 바도 있다.

보물선은 다른 나라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한국은 1976년 신안 앞바다에서 무역선을 발굴한 바 있고, 청일전쟁 시 격침된 고승호나 러일전쟁 때 격침된 러시아 해군함정 돈스코이호의 발굴문제도 있다. 한반도의 주변수역은 반폐쇄해이고 한반도가 동북아 국가 간 문물교류와 무력충돌의 현장이었음을 감안할 때 앞으로 상당수 보물선이 발굴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므로 관련 국내법을 정비하고 전문가를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희권 < 주 스페인 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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